요즘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의 주식 시장이 휘청이고, 경제 상황이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다.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에서는 제로(0)금리를 도입했고

한국은행에서는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인하하여 현재 금리가 0.75%가 되었다.

 

이미 은행의 적금/예금 금리가 낮아진 시점에서 간간히 뜨는 특판상품만이 유일한 안식처였는데,

이제 그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당분간은)

 

기존에 들어두었던 예/적금이 만기되어 은행을 방문하면, ELS(주가연계증권)라는 상품을 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경험해보신 분들도 많을 것 같다.)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기 전, 혹은 그 이후에라도 은행 직원의 달콤한 꼬임에 넘어가 이 상품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기존 은행상품보다 수익성이 좋다", "왠만해서는 손실이 날 위험이 크지 않다", "(은행직원왈) 저도 이런 상품들에 계속 가입하고 수익 얻고 있다" 등등

직원의 말을 듣고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상품들은 원금에 대한 보장이 하나도 되지 않는 "원금비보장형" 상품이다.

즉, 손실이 심각할 경우는 정말 100%에 가까운 원금 손실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제발.. 은행에서 예.적금 외에는 절대 가입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예적금처럼 안정적인 곳에만 돈을 맡기셨던 분들은 특히나. ELS가 무엇인지, 어떤 손실을 각오해야 하는지, 어떤 구조로 돈을 받게 되는 것인지 등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절대 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렇게 말하는 나는, ELS 투자 경험이 3번 정도 있다.

얼마 되지 않는 경험으로 이런 말을 하니, "본인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하지말라고?" 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짧게 경험담을 얘기해보자면,

몇년 전, 적금 상품의 만기가 도래하여 은행을 방문했었다. 

사실 대부분의 은행 업무는 인터넷으로 처리하기에 적금 만기되었다고 은행을 방문해서 상품을 재가입하지는 않는 편이지만,

당시 은행에 다른 볼일도 있어서 겸사겸사 은행에 방문하여 상품 상담을 받게 되었다.

 

그 때 은행직원이 나에게 저런 감언이설로 ELS 상품을 추천해주었었다. 

다른 예/적금 상품들보다 수익률이 높은 편이었고(그래봐야 1~2%), 당시 평가지수들의 최근 그래프를 보니 계속 성장세여서 당분간은 크게 떨어지는 일은 없겠다 싶었다.

(평가지수에 대한 이해도 1도 없고, 계속 오르고 있었다면 곧 뚝 떨어져도 하나도 이상할게 없다는걸 그때는 몰랐다.)

그래서 500만원 정도를 ELS에 가입해두었고, 다.행.히 6개월만에 조기상환이 되었다.

 

*보통 ELS 상품은 3년 만기 상품으로, 6개월마다 지수들을 평가하여 상환기준지수보다 높을 경우 조기상환을 해 준다.

 

조기상환이 되어 한 4%대의 수익금(반년이니 2~3% 되었던 것 같다)이 생겼고, 이 경험을 통해 "ELS는 안전한 상품인가보구나?!"라는 어리석은 판단을 하게 되었다.

 

그 뒤 바로 ELS 상품의 재가입을 했고, 이번에는 5%대의 수익률을 가진 상품을 가입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지옥이 시작되었다.

기존에도 조기상환이 되었으니, 이번에도 상환이 될거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가입 후 5개월 시점부터 지수가 간당간당하더니..

6개월이 된 시점에 평가지수에 못 미쳐서 조기상환이 되지 않았다.

 

사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만기 3년짜리 상품이니 조기상환이 안 되었다고 크게 불안할 이유는 없었을 텐데,

그 때부터 불안감이 들었던건, "이렇게 계속 떨어지다 3년 뒤에도 상환이 안되면 어쩌지?"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6개월 이후부터 2차 조기상환 시점인 1년이 되는 때까지 매주 지수를 확인해보고 마음 졸이고를 반복했다.

결론적으로는 1년만에 조기상환이 되었지만, 약 반년의 시간동안 내 수명이 반년 이상 깎이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긴장과 불안의 연속이었다.

 

그 뒤로 ELS 상품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고, 공부하게 되었다.

 

 

ELS 상품을 가입할 때 꼭 알아야 할 게 몇 가지 있다.

 

1. 절대 은행에서 가입하지 마라.

    - 증권사에서 ELS를 직접 가입하면 수익률도 훨씬 높고(은행의 1.5~2배) 좋은 상품들이 많다.

      그리고 은행 직원은 상품 판매원일 뿐이다. 지시를 받아 판매 권유를 하는 것이지, 그 상품이 진짜 좋고 안전해서가 아니다.

      실제로 ELS에 대해 좀 공부하고 알아본 뒤 은행 직원과 얘기해보면 실제로 그 상품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2. ELS는 예금이 아니다. 예금만큼 안전하지 않다.

 - 시간만 지나면 저절로 알아서 이자와 원금을 돌려주는 예금 상품이 아니다.

   언제든지 손실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 투자 상품이다.

 

3. ELS는 대부분 3년 만기 상품이다.

 - 조기상환이 3개월 혹은 6개월마다 가능하다고 해서 3개월, 6개월짜리 단기 상품이 아니다.

   조기상환이 되었다고 해서 조마조마하거나 해지를 고려할 필요는 없다.

 

4. ELS의 중도해지는 웬만하면 고려하지 마라.

 - 보통 ELS 중도해지를 고려하는 경우는 조기상환이 되지 않았고, 지수들이 뚝뚝 떨어져서 만기 상환이 불투명해보일 때다.

   대부분 지수가 30% 가까이 하락하거나 심하게는 50% 하락했을 때 중도해지를 고려하게 되는데,

   중도해지를 고려한다는 건 이미 지수하락이 심해서 손실이 큰 상황이라는 것이다.

   즉, 30%나 50%쯤 원금 손실을 각오하고 해지해야 한다는 거다.

   그럼 지수도 뚝뚝 떨어지고 만기 상환도 불투명해 보이는데, 그 상품을 계속 유지해야 할까?

 

   ELS의 중도해지에 대해서는 많은 것들을 분석하고 고려해야 하지만,

   나의 기준을 얘기하자면, 가입한 시점이 얼마 되지 않았다면 중도해지를 하지 마라.

   이제 가입한지 6개월 혹은 1년쯤밖에 안 된 상황이라면 남은 2년동안 충분히 반등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만기에 원금손실이 있더라고 뚝 떨어진 지금 시점보다야 낫지 않겠나 하는 심정으로 기다리기를 추천한다.

 

   물론, 가입 금액이 크지 않거나 이정도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더 이상 마음 졸이며 ELS만 들여다보고 있는게 싫다면 중도해지해도 된다. 

   모든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5. 지수가 계속 하락해서 위험해보일 때 가입해라.

 - ELS 지수들을 가입할 때 은행 직원이 최근의 지수 그래프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설득하기 위함인데, 실제로는 올라가면 떨어지게 되어 있다.

   최근 몇개월 혹은 몇년간 꾸준히 상승한 지수라면 언제 떨어져도 바닥을 쳐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오히려 지수가 최근 몇개월 몇년간 하락하여 거의 최저치를 찍게 되는 상황이라면 그 때 가입하는 게 좋다.

   지수는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니 충분히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면 3년 내에는 오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지수가 많이 하락한 시점에는 ELS 상품의 수익률이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6. 은행 예적금 금리와 비교해서 단순히 높다고 가입하지 마라.

 - 은행 예금이 3%인데 3.5%짜리 ELS를 드는 바보같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더 위험하고 원금 손실 가능성도 있는데 겨우 0.5% 더 주는 건 위험 수당이 거의 반영되지 않은 수치이다.

   적어도 금리가 3%라면 ELS는 5%, 6%, 그 이상이 되어야 위험을 감수하는 것에 대한 보상이 되지 않을까?

 

 

 

요즘 ELS 상품 가입하고 불안에 떠는 분들이 많아서 안타까움에 글을 적었다.

 

참고로 나는 이 와중에 ELS 상품에 가입한 상태다.

지수들이 많이 하락한 시점에 가입했지만 그 뒤로도 지수들은 꾸준히 하락 중이다.

그래도 만기에는 상환되겠지 라는 심정으로 묵혀 두고 꺼내보지 않을 생각이다.

그리고 난 굉장히 적은 돈을 투자했고, 손실이 일어나더라도 감수할 수 있을 마음의 준비를 한 상태이다.

 

그런 마음의 준비 없이 "그래도 수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마음으로 투자한다면 ELS 투자,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며 말리고 싶다.

내가 피 말리는 경험을 해 보았기에 더더욱. 잘 모르는 상태에서, 원금 손실에 대한 각오 없이는 투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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